약속에 늦은 사람을 볼 때 우리는 그가 무책임하다고 판단한다. 정작 내가 늦을 때는 차가 막혔다거나 일이 겹쳤다고 생각한다. 같은 행동인데 타인의 것은 성격으로 자신의 것은 상황으로 해석한다. 이 일관된 비대칭을 사회심리학은 근본귀인오류라 부른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작은 비틀림이 오해와 갈등과 부당한 단죄의 출발점이 된다.
관찰자는 사람을 보고 행위자는 상황을 본다
1967년 에드워드 존스와 빅터 해리스의 실험은 이 편향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참가자들에게 특정 정치 지도자를 옹호하는 글을 읽게 한 뒤 글쓴이의 실제 태도를 추측하게 했다. 한 조건에서는 글쓴이가 그 입장을 강요받아 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었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글쓴이가 실제로 그렇게 믿는다고 판단했다. 상황의 압력을 명백히 알면서도 행동을 곧바로 내면의 성향으로 귀속한 것이다. 1977년 리 로스는 이 강력하고 일관된 경향에 근본귀인오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근본귀인오류에 대한 학술적 설명은 관찰자가 상황 요인을 과소평가하고 성향 요인을 과대평가하는 구조라고 정리한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볼 때 그 사람을 둘러싼 맥락을 거의 보지 못한다. 보이는 것은 행동뿐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그 행동을 낳은 무수한 상황이다. 그래서 뇌는 손쉽게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본성에 새겨 넣는다.
이 왜곡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곧바로 비난과 단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난을 게으름으로 범죄를 타고난 악함으로 읽는 순간 그 행동을 만든 환경과 구조는 시야에서 사라진다. 문제의 원인을 사람에게만 돌리면 정작 바꿔야 할 시스템은 손대지 못한다. 개인을 처벌하는 일은 쉽고 구조를 바꾸는 일은 어려우니 사회는 자주 손쉬운 쪽을 택한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가혹한 이중 잣대

흥미로운 점은 이 오류가 자기 자신에게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행위자와 관찰자의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실패는 늘 사정이 있고 내 성공은 늘 실력 덕분이다. 반대로 타인의 성공은 운으로 실패는 자질로 처리된다.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을 속속들이 알지만 타인의 상황은 알지 못하니 같은 행동도 전혀 다른 잣대로 해석된다.
이 이중 잣대는 관계를 조용히 부식시킨다. 상대의 한 번의 실수를 그 사람의 본질로 확정하면 신뢰는 빠르게 무너진다. 그가 깜빡한 약속은 무신경한 성격의 증거가 되고 내가 깜빡한 약속은 바쁜 일정의 결과가 된다. 이런 해석이 쌓이면 관계는 작은 사건마다 상대의 인성을 심판하는 법정으로 변한다.
능력이 부족할수록 자기 평가가 부풀려지는 현상을 다룬 더닝 크루거의 함정과 근본귀인오류는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둘 다 자기 객관화의 실패에서 나온다. 시선을 바꾸는 방법은 단순하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가 아니라 어떤 상황이라면 나도 저렇게 행동했을까를 먼저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은 상대를 변호하라는 뜻이 아니다. 행동을 판단하기 전에 그 행동이 놓인 맥락을 한 번 떠올리라는 요청이다. 그 한 번의 멈춤이 비난을 이해로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귀인
흥미롭게도 근본귀인오류의 강도는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권에서는 행동을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고 관계와 맥락을 중시하는 문화권에서는 상황 요인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어떤 사회는 사람을 탓하고 어떤 사회는 환경을 본다. 이 차이는 귀인이 본능만이 아니라 학습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습의 산물이라면 교정도 가능하다. 누군가의 행동에 화가 치밀 때 그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한 가지 상황 요인이라도 떠올려 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이것은 잘못을 덮어주라는 뜻이 아니다. 행동에 책임을 묻되 그 행동을 사람의 본질로 못 박지는 말라는 균형의 요청이다. 사람을 통째로 단죄하는 시선보다 행동과 맥락을 분리해서 보는 시선이 관계도 사회도 덜 가혹하게 만든다.
조직 안에서도 이 오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 실수한 직원을 곧바로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으면 정작 그 실수를 만든 절차나 정보 부족 같은 구조적 원인은 그대로 남는다. 사람을 바꿔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동의 원인을 개인의 자질에서만 찾는 시선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책임질 사람만 갈아치운다. 무엇이 그 행동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먼저 묻는 조직이 실수에서 배우고 같은 함정을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