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라는 이름의 폭력: 사일런트 트리트먼트가 무기가 되는 순간

Dark Relations Vol. 03

Written by ‘The Observer’ | Stonewalling and Coercive Silence

고함은 들린다. 폭언은 기록된다. 그러나 침묵은 흔적도 증거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침묵은 가장 안전한 폭력이다. 가해자는 어떤 비난도 받지 않으면서, 피해자의 정신을 정확히 갉아낼 수 있다. 사일런트 트리트먼트, 한국어로 ‘냉전’ 또는 ‘담쌓기’라 불리는 이 행위는 친밀한 관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정서적 폭력의 형태다. Jeepers and Creepers는 오늘, 침묵이 무기가 되는 순간을 분석한다.

1. 침묵의 두 얼굴

모든 침묵이 폭력은 아니다. 어떤 침묵은 자기 보호다. 압도된 신경계가 잠시 후퇴하여 다시 대화에 복귀하기 위한 회복의 시간이 그것이다. 그러나 어떤 침묵은 처벌이다. 상대를 통제하기 위해, 죄의식을 유발하기 위해, 권력을 확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침묵이다. 두 침묵은 표면적으로 똑같이 보이지만, 본질은 정반대다.

관계심리학자 John Gottman은 이 두 침묵 중 첫 번째를 스톤월링(Stonewalling)이라 부르며, 그것을 관계 파괴의 네 가지 신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비판, 경멸, 방어, 그리고 스톤월링.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는 종종 두 번째 형태인 처벌적 침묵, 즉 사일런트 트리트먼트와 스톤월링이 혼용된다. 두 개념의 정확한 구분과 임상 사례는 Gottman Institute의 분석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2. 침묵의 의도를 가르는 기준

자기 보호의 침묵과 처벌의 침묵을 구별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안의 의도다.

SELF-PROTECTION vs PUNITIVE SILENCE
기준 자기 보호 처벌적 침묵
사전 통보 “잠시 시간이 필요해” 아무 설명 없음
기간 몇 분에서 몇 시간 며칠에서 몇 주
복귀 의지 스스로 대화에 복귀 상대의 사과를 강요
상대의 감정 불편하지만 공포는 없음 불안, 공포, 죄책감
반복 패턴 드물고 일관된 사유 잦고 사유가 변동
* 다섯 기준 중 세 개 이상이 우측 열에 해당하면 처벌적 침묵으로 분류된다.

표의 가장 중요한 행은 마지막이다. 반복 패턴. 자기 보호의 침묵은 일관된 사유를 가지며, 그 사유는 시간이 지나도 동일하다. 처벌적 침묵은 사유가 매번 달라진다. 어제는 이 일로, 오늘은 저 일로, 내일은 또 다른 일로 침묵이 시작된다. 사유가 표면이고 실체는 통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3. 침묵당하는 뇌

사회적 거부가 신체적 통증과 같은 뇌 영역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은 UCLA의 Naomi Eisenberger 연구팀이 fMRI 실험으로 확인했다.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무시당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은 등쪽 전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이다. 이 영역은 신체적 통증을 처리하는 영역과 정확히 같다. 즉 침묵의 폭력은 비유가 아니라 신경학적 사실이다. 침묵당하는 사람의 뇌는 진짜로 아프다.

반복적으로 침묵당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PTSD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변화가 나타난다. 편도체 과활성, 해마 부피 감소, 전두엽 의사결정 기능 저하. 이것은 우리가 가스라이팅에서도 동일하게 관찰한 패턴이다. 사실 사일런트 트리트먼트는 종종 가스라이팅의 도구로 사용된다. 침묵의 사유를 명시적으로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피해자가 스스로 사유를 추측하게 만들고, 그 추측이 자기 비난과 자기 검열로 이어진다. 우리가 다룬 가스라이팅 7단계의 메커니즘의 마지막 자기 검열 단계가 침묵에 의해 가속화된다.

또 한 가지 신경학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자의 보상 회로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가해자가 다시 말을 시작하는 그 짧은 순간에 옥시토신과 도파민이 폭주하며, 피해자는 그 분비를 “사랑의 회복”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신경학적으로 이것은 회복이 아니라 처벌의 종료에 대한 안도일 뿐이다. 처벌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안도도 필요 없었다. 같은 메커니즘이 트라우마 본드에서도 작동하며, 두 현상은 같은 신경 회로를 공유한다.

4.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는 자세

침묵을 받았을 때 가장 자주 일어나는 반응은 자기 분석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이 질문 자체가 가해자가 원하는 결과다. 처벌적 침묵의 목적은 피해자에게 죄를 명명하게 하는 것이며, 명명하지 못하는 죄에 대한 자기 비난을 유도하는 것이다. 명확한 사유를 알려주지 않는 침묵일수록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

우리가 이전에 분석한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는 뇌과학의 원칙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침묵의 사유를 추측하는 행위는 소음 생성이다. 진짜 신호는 침묵의 패턴이다. 한 번의 침묵은 관계의 갈등이지만, 반복되는 침묵은 관계의 구조다. 한 사건의 사유를 분석하지 말고, 패턴 자체를 인지하는 자세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침묵에 동등한 침묵으로 응답하지 않는 것이다. 가해자의 침묵에 피해자가 침묵으로 답하면, 두 사람은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관계가 된다. 그러나 의도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다르다. 가해자는 침묵을 즐기고, 피해자는 침묵에 소진된다. 일반적인 친밀 관계에서 통하는 대등한 응답의 원칙이 학대 관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가 분석한 군중 심리학과 개인의 판단에서 다룬 자기 분리의 원칙이 1대1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5. 침묵에서 빠져나오는 길

처벌적 침묵을 다루는 첫 단계는 명명이다. “지금 너는 나를 침묵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발화하는 것.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가 명명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침묵의 효과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두는 데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는 한계 설정이다. 침묵의 시간 한계를 명시적으로 설정하고, 그 한계를 넘기면 자기 행동을 시작하는 것. 외출, 대화 종료, 또는 관계의 재평가. 한계 없이 무한정 기다리는 자세는 가해자에게 무제한의 도구를 주는 것과 같다.

세 번째 단계는 자기 일상의 복원이다. 침묵당한 시간 동안 일상이 멈춰서는 안 된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잠을 미루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끊지 않는다. 가해자가 원하는 가장 큰 결과는 피해자의 삶이 침묵의 종결에 종속되는 것이다. 그 종속을 거부하는 자세 자체가 침묵의 효력을 무력화한다. 가해자는 자기 침묵이 상대의 일상을 멈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침묵이라는 도구의 가치를 잃기 시작한다.

네 번째 단계는 외부 증인의 확보다. 침묵의 패턴을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 상담사에게 시간 순으로 공유하는 것. 침묵의 효과는 그것을 받는 사람이 혼자 그 의미를 해석할 때 가장 강하다. 외부 증인이 패턴을 함께 인지하면, 그 침묵의 의미는 두 사람 사이의 비밀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 된다. 객관화된 침묵은 더 이상 무기로 작동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정서적 학대 피해를 의심한다면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가 365일 24시간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상담을 진행하며,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침묵당한 시간을 자기 비난에 쓰는 대신, 한 번의 전화에 쓰는 것이 회복의 가장 빠른 출발이다.

Jeepers and Creepers는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를 기억해 주기 바란다. 침묵으로 너를 처벌하는 사람은, 침묵으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두 침묵은 표면이 같을 뿐, 의도가 정반대다. 그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 정서적 안전의 첫 출발이다.